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공지사항

지산 정인호 이사장 취임사

유린보은동산 2023-07-12 15:40:05 조회수 241

<유린보은동산 지산 정인호 이사장 취임사>

 

 

유린가족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 여러분을 모시고 취임식을 하게 되어 참으로 감회가 새롭습니다.

무엇보다도 개성과 인연이 깊은 유린보은동산에서 여러분과 함께 일하게 되어 기쁘고, 법신불사은님 은혜 속에서 또 이렇게 새로운 인연을 맺게 되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유린보은동산의 첫 탄생지는 개성입니다. 생각해보니 개성과는 저 나름대로 인연이 꽤 깊습니다.

 

청소년 시절 원불교 교무가 되기로 마음먹고 출가에 나선 저를 이끌어 주셨던 송타원 백수정 교무님이 계십니다. 송타원님은 개성 교당을 다니셨지만 전쟁 시기에 남쪽으로 내려와 교무가 되신 분입니다. 저는 자연스레 송타원님께 개성 음식과 개성의 예의범절 등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제가 통일을 위한 시민운동에 적극적으로 활동할 무렵 어려움이 참 많았습니다. 제가 몹시 힘겨울 때 개성 출신이신 지타원 한지성 종사님과 공산 백낙청 이사님께서 물심양면으로 저를 도와주셨습니다.

 

저는 세계적 석학이신 공산 백낙청 이사님을 모시고 통일을 위한 여러 활동들을 하며, 지금 이 자리에 계시는 여러분들과 함께 개성을 드나들었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제가 원불교 평양교구장이 되고 평양교구 산하 노마드개성교당 교무를 하게 되었고, 오늘은 개성에서 출발한 사회복지법인 유린보은동산의 이사장 취임식에 임하고 있습니다. 개성과는 참으로 지중한 인연입니다. 유린 가족들에게 개성은 창립정신의 고향이자 본원이기에 법신불사은님이 이렇게 역사하신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우리법인은 193755일 개성유린관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의사로서 개성에서 병원을 운영하시던 덕산 한철호 선생님께서 德不孤必有隣’(덕불고필유린)의 정신으로 사재를 털어 고아를 돕고 어려운 이웃돕기 사업을 전개하셨습니다. 전쟁으로 남쪽으로 옮겨와 재정적 어려움 속에도 사업은 쉬지 않았고, 1986년에는 원불교에 희사하시어 오늘날 13개 기관을 운영하는 법인으로 발전하였습니다.

 

 

저는 오늘 개성과의 인연을 돌아보면서 유린보은동산 이사장으로서 세 가지 원칙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첫째, 回龍顧祖(회룡고조)의 정신으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덕산 한철호 창립주의 德不孤必有隣(덕을 베풀면 외롭지 않다. 반드시 이웃이 있다)은 창립 표어와 사은사요, 삼동윤리의 정신으로 개벽되는 법인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우리 법인은 단순히 직장생활만 하는 곳이 아닙니다. 사은을 나누는 사요 실천의 공동체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저는 이 정신이 조금이라도 후퇴하지 않도록 살려 나가겠습니다. 근본을 늘 돌이켜 보겠습니다.

사은을 나누는 방식으로 사요의 실천은 덕으로 이루어집니다. 덕은 몸과 입과 마음으로 실천해 가는 것입니다. 정산종사님께서는 한울안 한이치 마음 공부장에 어떻게 누구를 좋게 해줄꼬.’ 하는 마음이 심덕(心德)이요, 어느 방면으로든지 남에게 유익 주는 행동이 행덕(行德)이요, 남의 앞길을 열어주고 인격을 두둔해 주는 말이 언덕(言德)이다.’라고 했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거니와 회룡고조의 정신을 깊게 새기겠습니다.


*顧祖(회룡고조)

(1) 산의 지맥()이 쭉 뻗어내려 오다가 삥 돌아서 본산()과 서로 대()하는 지세.

(2) 항상 근본을 돌이켜 살펴본다는 말. 정산종사는 회룡고조의 지세를 인용하여 후진이나 자손이 선진이나 조상의 은혜와 노고를 잊지 아니하고 항상 감사와 경모의 자세를 잃지 않을 것과 또는 각 지방교당과 기관에서 일하는 교무들이 그 근본이 되는 중앙을 잊지 아니하고 항상 받들고 협조하는 정신을 가져야 할 것을 강조했다(《정산종사법어》 공도편28).

 

둘째, 全體公心(전체공심)을 발휘할 때입니다.

원불교에는 部分公心(부분공심)全體公心(전체공심)이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법인에 소속된 각각의 기관들이 목적사업을 위해 성심성의를 다하고 전문성을 살려가는 것은 우리 사회와 대상을 향해 최적의 서비스를 실현해 나가는 것일 것입니다. 그러나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우리 법인의 근본정신인 원불교의 공심정신을 더욱 더 공적으로 유념해야 한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저는 부단히 그 정신을 강조해 나갈 것입니다. 유린보은동산의 각 시설과 기관은 개인의 것이 아닙니다. 그 점을 명심하고 더욱 公心에 힘써야 할 것입니다.

정산종사 법어 공도편4에는 공심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개인이나 자기 가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도 자기가 속한 기관이나 단체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것은 부분적인 공심에 속한 것이며, 국한을 넓혀 사회전체를 생각하는 것을 전체공심이라 하는 것으로 전체를 생각하는 마음이 우선되어야 진정한 公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자기를 본위로 생각하는 것은 본능적인 것으로 자기를 놓고 남을 먼저 생각하고 전체를 먼저 생각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수행을 통해 일원의 진리와 사은의 이치를 깨닫게 되면 공심이 나오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으로 부처님이나 모든 성자들이 진리를 깨닫고 나서 일체중생을 위해 제도의 문을 열게 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公心은 진리를 깨닫고 수행을 할 수 있는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능력으로 인생으로써 최고의 가치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저부터 먼저 公心이라는 최고의 가치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셋째, 인화와 단합이 중요합니다.

우리 671명의 구성원은 적지 않은 인원입니다. 더군다나 42,711명 의 서비스 대상자가 계십니다. 그런만큼 인화와 단결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대산종사께서는 다음과 같이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서울회관의 일을 수습할 때 하신 말씀입니다.

진리는 성공할 때와 실패할 때 그 사람의 인격과 지조를 시험하나니, 좋을 때와 잘될 때 공을 다투지 않고 어려움이 있을 때 앞장서는 것이 결국 내 일을 하는 것이니라. 교단이 발전하려면 재가 출가가 다 같이 안으로 인화하고 밖으로 단합해야 하는바, 인화를 하려면 겸양이 앞서야 하고 남에게 해를 전가하지 말아야 할 것이요, 단합을 하려면 내가 먼저 남의 의견을 존중하고 뜻을 맞추어 주는데 노력해야 하나니, 인화와 단합이 잘되면 교단 만대에 복조가 무궁할 것이니라.’라고 하셨습니다.

유린가족 여러분들도 이와 같은 마음으로 인화와 단결에 힘을 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지만 인화와 단결이 개인적인 원만만 추구해서는 매우 곤란합니다. 저는 원만을 추구하다 개벽과 혁신을 중단하는 일들을 자주 보았습니다. 인화와 단결, 원만은 개벽과 혁신의 내용으로 채워져야지, 잘못을 감추고 쉬쉬하면서 어물쩡 넘어가는 것이 아니란 점을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유린가족 여러분.

그리고 바쁘신 와중에도 이 자리에 참석해주신 내빈 여러분 감사합니다.

저는 앞으로 유린보은동산 법인과 시설의 대다수 구성원들께서 앞에 제시한 세 가지 원칙에 공감하며, 각자 맡은 바 직무와 본분을 성실하게 수행해주시리라 믿습니다. 무엇보다도 구성원들 사이의 소통과 공감을 넓히는데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여러분의 따뜻한 성원을 부탁드리며, 다시 한 번 여러분과 함께 하게 되어 참으로 영광이며 기쁘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2023711

 

사회복지법인 유린보은동산

이사장 정인호